다윈주의적 “그럴듯한 이야기”의 재탕: AI 시대의 문화 진단
- Sang Lee
- Sep 7
- 2 min read
다윈주의적 “그럴듯한 이야기”의 재탕: AI 시대의 문화 진단
2025/5/27 - 셰인 모리스
1. 영어 오디오 및 원문 스크립트
2. 한국어 오디오 및 번역 스크립트
(1) 한국어 오디오 : https://youtu.be/mqMFkIpqBNM
(2) 번역 스크립트
진화론에는 비판할 여지가 많은 부분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 문제는 생명체가 최소한의 구성 요소로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구조에서 점진적으로 진화했다는 설명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화석 기록에서 중간 형태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캄브리아기와 같은 지층에서는 선조 없이 새로운 생명체가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폭발’ 현상이 나타난다. 찰스 다윈조차도 이 지점에서 자신의 이론과 맞지 않는 화석 기록에 당혹감을 느꼈다.
그리고 생명의 핵심인 DNA 정보 문제도 있다. 진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새로운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과학철학자 스티븐 마이어가 주장하듯, 우리의 반복된 경험은 정보는 자연적이고 무작위적인 과정이 아니라 지성에 의해 생성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들은 현재 과학계에서 받아들여지고 학교에서 가르쳐지는 진화론에 대한 실제적인 문제이며, 진화가 ‘정설’이라는 식으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이들 문제들이 충분히 설명되고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소셜미디어와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또 다른 문제가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다윈주의 진화’는 실제 과학자들이 믿고 옹호하는 진화론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적인 묘사, 바이럴 영상, 심지어 광고에서까지 진화는 실제 이론과는 동떨어진 방식으로 표현되며, 이는 이론의 타당성을 논의하는 첫걸음인 ‘이론의 정확한 이해’를 방해한다. 대중의 머릿속에 있는 진화 개념이 고생물학보다 대중문화에 더 영향을 받았다면, 그에 대한 찬반 논쟁 역시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 하게 되어 무의미하다.
최근 X(옛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1분짜리 영상은 이러한 오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이언스 걸”이라는 계정이 공유한 이 영상에는 약 3백만 명의 팔로워가 있고, 영상은 AI로 생성된 생명체들이 서로 변화하며 마치 코끼리의 진화사를 보여주는 듯한 구성이다. 전자음악과 그레고리오 성가를 섞은 듯한 음악이 깔린 이 영상은 5억 5백만 년 전의 새우류 생명체에서 시작하여 고대 오징어, 어류, 파충류, 포유류를 거쳐 현재의 AI 코끼리로 마무리된다.
이 영상은 수만 건의 ‘좋아요’를 받았고 수천 번 공유되었다. 일부 기독교 작가들은 이 영상을 진화론을 풍자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하나님이 코끼리를 창조하셨다고 믿는 대신 이걸 믿는다고 상상해보라”는 댓글도 달렸다. 반면, 영상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진화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영상은 진화 과학자들이 전혀 지지하지 않는, AI로 생성된 무의미한 콘텐츠에 불과하다. 아무 과학자도 무명 새우가 오소세라스(고대 오징어류)로, 그게 다시 덩클레오스테우스(갑옷물고기)로, 다시 디메트로돈(돛이 있는 파충류)으로, 리스트로사우루스로, 그리고 포유류를 거쳐 코끼리로 진화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영국 린네학회의 진화 계통도와 같은 실제 과학적 자료를 보면, 이 생물들은 서로 완전히 다른 ‘계통수의 가지’에 속하며 과학적으로 아무런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일부 생물은 잘못 표기되었거나 존재하지도 않는 경우도 있어서, 영상의 창작자가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조차 불분명하다. 단지 ‘바이럴’을 위한 콘텐츠였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 영상은 지질시대가 서로 다른 시기의 생물들을 무작위로 골라 포켓몬 스타일로 변형시키며, 직선적인 진화 사슬을 암시한다. 하지만 진화론자들조차 이런 직선적 사슬을 지지하지 않는다.
물론 다윈주의 진화에는 러디어드 키플링이 말한 것처럼 “그럴듯한 이야기(just-so stories)”가 포함되어 있다. 창조주 없이 생명을 설명해야 하는 과학자들의 필요에서 비롯된 증거가 부족한 이야기들이 많다. 이러한 점은 충분히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진화론이 사실과 다른 대중적 이미지에 근거해 비판되거나 옹호될 경우, 어느 쪽도 실질적인 이해에 도달하지 못한다. 이는 허수아비 때리기 오류에 불과하며, 비판자의 신뢰성만 떨어뜨릴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오늘날 우리 문화 속의 담론이 이처럼 실제와 동떨어진 허구—밈, 가짜 인용문, 조작된 뉴스, AI 이미지 등—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럴듯한 이야기’들도 진화한 것이다. AI와 소셜미디어가 가짜를 ‘과학적 정설’처럼 포장해 퍼뜨리는 이 시대에는, 보다 날카로운 분별력이 필요하다.
기독교인들과 진리를 진지하게 여기는 이들은 과학계의 ‘합의’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갖는 것이 옳다. 그러나 그 비판은 하나님의 설계를 무시하는 실제 이론에 대해 이뤄져야 한다. AI가 만들어낸 포켓몬식 진화 영상에 그 비판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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