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으로 본 연방대법원
- Sang Lee
- Sep 27
- 3 min read
세계관으로 본 연방대법원
2025/7/16 - 존 스톤스트리트/글렌 선샤인
1. 영어 오디오 및 원문 스크립트
2. 한국어 오디오 및 번역 스크립트
(1) 한국어 오디오 : https://youtu.be/R9F_rSY4i84
(2) 번역 스크립트 :
올여름 대법관 커탄지 브라운 잭슨(Ketanji Brown Jackson)의 반대의견(dissent)은 두 차례에 걸쳐 법정 내에서 이례적으로 강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긴급조치(injunction)와 출생시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에 관한 대법원의 다수의견에 대해 브라운 잭슨이 반대의견을 낸 데 대해, 에이미 코니 배럿(Amy Coney Barrett) 대법관은 다음과 같이 응답했다.
“우리는 잭슨 대법관의 주장을 길게 논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200년이 넘는 판례, 더 나아가 헌법 자체와도 상충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지 이 한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잭슨 대법관은 제왕적 행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제왕적 사법부를 옹호한다. 그녀는 사법권의 역할에 대해, 사법 우월주의를 가장 강하게 옹호하는 자조차 당황하게 만들 만큼의 관점을 제시한다.”
가장 최근에는, 소니아 소토마요르(Sonia Sotomayor) 대법관이 같은 자유주의 진영의 동료인 브라운 잭슨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일이 있었다. 당시 브라운 잭슨은 해당 사건에서 유일한 반대의견을 냈고, 소토마요르는 그녀의 15쪽짜리 의견서가 대부분 그 사건과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직접 “쓰레기통에 불붙인 수준”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에 버금가는 평가였다.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브라운 잭슨을 “DEI (다양성·형평성·포용성) 할당 인사”라 부르며 비난한다. 이는 그 개인뿐 아니라 대법관이라는 직책에 대한 모욕일 뿐만 아니라, 실제 상황은 훨씬 더 복합적이다. 그녀의 법에 대한 이해, 정의에 대한 관점, 대법원의 역할 및 판사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살펴보아야만 그 배경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2001년, 브라운 잭슨이 아직 대법관으로 지명되기 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다음과 같은 발언으로 자신의 사법관을 요약한 바 있다.
“나는 인생 경험이 풍부한 지혜로운 라틴계 여성이, 그런 삶을 살지 않은 백인 남성보다 더 나은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더 높기를 바란다.”
이 발언은 ‘관점 인식론(standpoint epistemology)’의 전형적인 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진리는 객관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배경과 삶의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 비판 이론(Critical Theory)의 틀에서 볼 때, 소수자와 여성은 다수 문화보다 더 넓고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기에 더 우월한 지혜와 이해력을 지닌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식, 언어, 도덕도 권력 관계 속에서 해석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에게 이러한 사법 철학은 그녀의 판결 전반을 형성한다. 같은 연설에서 그녀는 한 법학자의 말을 인용하여 이렇게 말했다.
“판결이란 곧 권력의 행사이다.”
즉, 법적 판결은 사회적·법적 현실을 형성하는 행위이며, 판사는 자신의 배경에서 나온 관점을 바탕으로 법을 해석함으로써 법의 원래 의도와는 다르더라도 더 공정하고 공감 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억압받는 집단의 관점과 이익을 옹호할 때 더욱 그러하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자신의 관점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동시에 법원의 절차적 한계도 인식하고 그 틀 안에서 행동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브라운 잭슨은 그렇지 않다. 그녀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작성하는 글과 업무를 통해, 정부가 어떻게 작동하고 작동해야 하는지, 법원이 어떻게 작동하고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나의 견해를 설명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려왔다고 생각한다. 법원에 있는 것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다수의견이든 반대의견이든 상관없이 나의 의견을 표현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 나는 나의 판결문을 통해, 내가 그 사안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를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갖고 있다고 느낀다. 나는 그걸 하려고 한다.”
소토마요르는 자신의 “지혜로운 라틴계 여성”의 관점에서 법을 해석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보지만, 브라운 잭슨은 아예 법 자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 그녀의 판결문은 그녀 개인의 의견과 분리될 수 없으며, 법이나 헌법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바를 말하는 것이 판사로서의 역할이라고 여긴다.
소토마요르의 관점은 비판 이론에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브라운 잭슨의 사법 철학은 표현적 개인주의(Expressive Individualism)에 가깝다. 이 세계관에서 ‘진리’란 개인이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으며, 현실과 타인은 그 표현에 맞춰야 한다. 표현적 개인주의는 트랜스젠더리즘을 가능하게 만든 밑바탕이기도 하며, 이 관점을 받아들인 대법관은 법 해석을 단순히 ‘개인적 의견’으로 축소시켜 버린다. 즉, 법과 헌법, 법의 지배(rule of law) 자체가 그 개인적 감정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럿 대법관이 지적했듯, 이런 논리로 가면 ‘제왕적 사법부’가 탄생한다. 법은 대법관의 기분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되고 만다. 사상에는 결과가 따른다. 표현적 개인주의가 연방대법원에 스며들게 되면, 그 결과는 곧 사법 독재(judicial tyranny)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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